에스더가 잔치 석상에서 기분 좋아진 아하수에로 왕에게 소원을 바로 말하지 않고 하루 더 지체한 것은 커다란 차이를 가져왔습니다.
그 날 밤, 왕은 잠이 오지 않아 역대 일기를 가져다 읽혔습니다. 그런데 듣다보니 문을 기키던 왕의 내시들이 자신을 암살하려던 음모를 모르드개라는 사람이 고발하여 화를 모면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왕은 자기 생명의 은인이라 할 수 있는 모르드개에게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랐습니다. 왕이 '게 아무도 없느냐?' 할 때 마침 하만이 뜰에 있었습니다. 그는 나무 높이 교수형 형틀을 만들어놓고 모르드개를 처형하는 일을 왕께 청하고자 와 있었습니다.
아하수에로 왕은 하만에게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여야 하겠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내막을 모르는 하만은 왕이 높여주려는 자가 분명 자신일 거라 확신을 하고는 대접받고 싶은 것을 줄줄 읊었습니다.
"왕께서 사람을 존귀하게 하시려면 왕께서 입으시는 왕복과 왕께서 타시는 말과 머리에 쓰시는 왕관을 가져다가 그 왕복과 말을 왕의 신하 중 가장 존귀한 자의 손에 맡겨서 왕이 존귀하게 하시기를 원하시는 사람에게 옷을 입히고 말을 태워서 성 중 거리로 다니며 그 앞에서 반포하여 이르기를 왕이 존귀하게 하기를 원하시는 사람에게는 이같이 할 것이라 하게 하소서 (에스더 6:7b~9)"
아하수에로는 속히 왕복과 말을 가져다가 대궐 문에 앉은 유다 사람 모르드개에게 하만 자신이 말한 대로 빠짐없이 행하라 명했습니다. 모르드개의 사형틀까지 준비하고 그를 죽이려고 궁에 왔던 하만은 졸지에 온 성을 돌며 모르드개를 높이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큰 충격을 받고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그는 머리를 싸고 급히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모든 친구들에 자초지종을 얘기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중 지혜로운 자와 아내는 사태를 파악하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르드개가 과연 유다 사람의 후손이면 당신이 그 앞에서 굴욕을 당하기 시작하였으니 능히 그를 이기지 못하고 분명히 그 앞에 어드러지리이다 (6:13)"
이제 돌이킬 수도 없었습니다. 모르드개가 왕을 위기에서 구해낸 사실도 모른 채 이미 그의 동족인 유다인들을 말살하라는 조서를 왕에게 청하여 반포한 상태였으니, 그의 악행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였습니다.
그 말이 그치기도 전, 정신 없는 가운데 하만은 에스더가 초청한 잔치에 불려 나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더욱 충격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왕이 두 번째에 잔치에 초대되어 먹고 마실 때, 왕후 에스더에게 소원이 무엇인지 다시 물었습니다. 나라의 절반이라도 주겠노라 다짐하였습니다.
"왕후 에스더가 대답하여 이르되 왕이여 내가 만일 왕의 목전에서 은혜를 입었으며 왕이 좋게 여기시면 내 소청대로 내 생명을 내게 주시고 내 요구대로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 나와 내 민족이 팔려서 죽임과 도륙함과 진멸함을 당하게 되었나이다 만일 우리가 노비로 팔렸더라면 내가 잠잠하였으리이다 그래도 대적이 왕의 손해를 보충하지 못하였으리이다 하니 (에스더 7:3,4)"
아하수에로 왕은 깜짝 놀랐습니다. 에스더와 그 민족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니... 그는 감히 이런 일을 도모하는 자가 누구냐 물었습니다. 바로 그 때, 에스더는 '그 악한 원수는 바로 이 악한 하만입니다!' 하고 밝혔습니다. 하만은 두려우서 벌벌 떨고, 왕은 너무나 뜻밖의 사실에 충격을 받고 화가 나 잔치 자리를 떠나 왕궁 후원으로 갔습니다. 하만은 에스더의 치맛자락을 붙들고 살려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런데 후원에서 돌아온 왕은 하만이 에스더가 앉은 걸상 위에 엎드려 있는 것을 보고는 에스더를 헤치려 하는 것이냐 화를 내었습니다. 하만은 바로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왕은 모신 내시는 하만이 충성된 말로 왕의 생명을 살린 모르드개를 헤치려고 오십 규빗 나무 형틀을 준비해 두었노라 전하였습니다. 왕은 하만을 그 나무에 달라 명하였습니다.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한 나무에 하만을 다니 왕의 노가 그치니라 (에스더 7:10)"
반전, 반전, 이런 대 반전이 또 있을까요. 모르드개와 에스더의 이야기는 한편의 픽션, 드라마보다 더 한 드라마입니다. 교만을 떨며 세상을 호령하던 하만, 유대인으로서, 여호와 한 분을 섬기던 신앙을 지키려다가 온 민족이 위기에 빠진 상황, 당장 죽을 듯이 두려운 현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가운데서 권세자들을 쓰시고, 사람을 쓰시고, 중요한 사건들과 실수들을 다 쓰셔서,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고 원수를 갚으시는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에스더서를 읽으며 오늘날의 우리 사회의 현실에, 하나님의 공의가 바로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지 없습니다. 아닌 줄 알면서도 힘이 없고 능력이 없어 손을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수많은 현실들... 악인이 형통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무병장수하여 평안히 제 명을 다 살고 죽는 모습들... 우리는 너무나 간절히 하나님의 개입하심,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필요로 합닏. 세상의 권세자들보다 더 크고 정의로운 재판장께서 일하시고, 진실이 규명되고 선악 간에 합당한 보상과 징계가 이루어지는 것을 속히 보고 싶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나라 이 민족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탐욕과 부정과 이기적이고 안일한 마음들을 새롭게 고쳐주시길 기도합니다. 부조리와 악행에 대한 심판이 이루어지고, 억울하게 억눌린 자들이 위로를 얻고, 정의가 서는 나라가 되길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이름 없고 작은 한 사람 한 사람들이 더 이상 '세상이 그런 거야', '이게 현실이야' 하며 타협을 합리화하거나 무력감에 빠지지 않기를, 우리 자녀들에게 도덕 교과서와 다른 처세술을 따로 가르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물질과 권세와 사람을 의존하지 않고, 공평과 정의로 각 사람을 판단하실 하나님을 기억하기를 기도합닏. 제가 하나님 앞에서, 고귀한 인간으로서의 자율과 책임을 발휘하며 나의 생을 진실되고 정성스럽게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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