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 동안 동족과 함께 금식하며 기도한 후, 에스더는 왕후의 예복을 입고 왕궁 안 뜰 어전 맞은편에 나아가 섰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일이었습니다. 왕이 금 규를 내밀지 않으면 에스더는 입도 뻥끗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왕이 어전에서 전 문을 대하여 왕좌에 앉았다가 왕후 에스더가 뜰에 선 것을 본즉 매우 사랑스러우므로 손에 잡았던 금 규를 그에게 내미니 에스더가 가까이 가서 금 규 끝을 만진지라 (에스더 5:1b,2)"
왕은 에스더가 무엇을 그토록 원하여 죽음을 각오하고 나왔는지 자못 궁금했습니다. 소원이 무엇인지, 날라의 절반이라도 줄 테니 어서 말해보라 하였습니다. 에스더는 왕을 위해 베푼 잔치 자리에 하만과 함께 오라고 초청하였습니다. 왕과 하만은 기분 좋게 잔치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왕은 에스더의 청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져서 말했습니다.
"그대의 소청이 무엇이뇨 곧 허락하겠노라 그대의 요구가 무엇이뇨 나라의 절반이라 할지라도 시행하겠노라 (5:6)"
그러나 에스더는 바로 답을 주지 않고 왕과 하만을 위해 또 잔치를 베풀 것이니 와 달라고, 내일은 말을 하겠노라고 말했습니다. 왕의 신임을 한껏 받은 하만인지라 아무리 왕이 에스더에게 호의를 갖고 있다 해도 섣부르게 말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에스더가 지체하는 그 시간들 동안 엄청난 반전들이 일어납니다. 악인은 자기 무덤을 파고,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나님은 놀라운 반전을 위한 밑작업을 하셨습니다.
하만은 왕과 함께 왕후의 잔치에 초대되는 특권을 누리자 기분이 한껏 우쭐하였습니다. 정말로 대단한 인물이 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대궐 문에서 모르드개를 만났습니다. 그는 여전히 모르드개를 보고도 일어나지도 않고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습니다. 온 천하가 자기 것처럼 구름 위를 날던 하만은 모르드개를 보고는 화가 치밀었습니다. 그는 꾹 참고 집에 돌아와 친구들과 아내를 불렀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큰 영화를 누리는지, 자녀가 많은지, 왕이 자신을 모든 신하들보다 높였는지 자랑하였습니다. 왕후 에스더가 베푼 잔치에 왕과 함께 초청받은 사람은 자기밖에 없다고 자랑 또 자랑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다 사람 모르드개가 대궐 문에 앉은 것을 보는 동안에는 이 모든 일이 만족하지 아니하도다 하니
(에스더 5:13)"
하만의 아내와 모든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모르드개를 지탄하였습니다. 하만이 어떤 사람인데 그렇게 방자하게 나오는지, 정말 겁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모르고 화를 자초하는 자라며, 그런 자는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면 성토하였을 것입니다.
"그의 아내 세레스와 모든 친구들이 이르되 높이가 오십 규빗 되는 나무를 세우고 내일 왕에게 모르드개를 그 나무에 매달기를 구하고 왕과 함께 즐거이 잔치에 가소서 하니 하만이 그 말을 좋게 여기고 명령하여 나무를 세우니라 (5:14)"
사람이 높아지고 대우를 받고 권세가 생기면 교만해지기 쉽습니다. 그러나 교만은 패망의 선봉입니다. 하만은 모르드개를 달고자 한 나무에 곧 자신이 매달리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아무리 왕의 신임을 얻어도, 왕이 조서를 내려도, 자신에게 엎드려 절하지 않고 경배하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죽일 권한이 어떤 인간에게 있을까요.
하만과 그를 둘러싼 친구들의 사고방식은 뉴스에서, 드라마에서, 너무나 익숙하게 보고 듣는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권세자들은 자신의 권한으로 맡겨진 직무를 완수해야 하건만, 마땅히 할 일은 등한시하고 자기 자신을 위한 사리사욕에 권력을 쓰고자 합니다. 그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방해가 되는 것에는 폭력을 가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누구나 이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고, 그래서 이것이 세상 이치가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권세가 주어졌을 때, 힘이 있을 때, 모두 다 비위를 맞춰주고 굽신거릴 때, 하만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점입니다.
제가 교만을 철저히 경계하고 겸손으로 허리를 동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자라 하여도 결코 폭력을 쓰거나 합당한 바운더리 외에 그 사람 전체를 공격하거나 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주님, 제게 주님의 마음, 주님의 지혜를 주셔서 모든 사람에게 진실하게 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교만과 어리석은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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