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살겠다고 아들이 천륜을 어기며 아버지를 대적하게 만든 아히도벨은 더욱 안전하게, 다윗을 아예 제거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는 압살롬에게 만 이천 명을 붙여주면 그 밤에 다윗의 뒤를 추적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다윗 일행이 급한 도망길에 곤하고 힘이 빠져 있을 때 기습하면 함께 한 자들이 두려움에 빠져 모두 도망할 것이고, 다윗 왕만 죽이고 모든 백성을 압살롬에게 돌리겠다는 계략이었습니다. 그는 정말 자신만만하였습니다.
"모든 백성이 당신께 돌아오게 하겠습니다. 이것은 바로 저에게 달려 있습니다. 저만 믿고 맡겨 주십시오!"
압살롬과 이스라엘 장로들은 다 찬성했습니다. 그런데 후새를 불러 그의 의견을 들으니, 아히도벨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그 지혜로운 아히도벨이 낸 계략 치곤, 이번 계획은 별로 좋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며 후새는 다윗 왕과 그 추종자들이 얼마나 용맹한 용사들, 전쟁에 익숙한 사람들인지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반역에 쫓겨가느라 격분을 하였을 것이고, 마치 새끼를 빼앗긴 곰처럼, 잘못 건드리면 큰일이 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혹시라도 추격대가 역습을 당해 몇 명이라도 사상자를 내면, 그 소식을 듣는 자들이 낙심하고 사기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보탰습니다. 후새의 작전은 단부터 브엘세바까지, 온 이스라엘 군사를 모아 공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계략을 세웠나이다 온 이스라엘을 단부터 브엘세바까지 바닷가의 많은 모래 같이 당신께로 모으고 친히 전장에 나가시고 우리가 그 만날 만한 곳에서 그를 기습하기를 이슬이 땅에 내림 같이 우리가 그의 위에 덮여 그와 그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을 하나도 남겨 두지 아니할 것이요 또 만일 그가 어느 성에 들었으면 온 이스라엘이 밧줄을 가져다가 그 성을 강으로 끌어들여서 그 곳에 작은 돌 하나도 보이지 아니하게 할 것이니이다 (사무엘하 17:11~13)"
어허허~ 이 무슨 무협지 소설 자락입니까? 그의 표현은 앞서 기습 작전을 말리던 것과 너무나 모순되고, 그러면서도 허영과 거품이 잔뜩 들어가 있으며, 나중 대목은 한 마디로 기도 안 찹니다. 그런데 이 부왕부왕한 말들이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을 얻는 데 자신이 있었던 초절정 미남 압살롬의 자만심을 팍팍 부추기고, 그럴싸하게 들린 것 같습니다.
압살롬과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히도벨의 계략보다 후새의 계략을 택했습니다.
"이는 여호와께서 압살롬에게 화를 내리려 하사 아히도벨의 좋은 계략을 물리치라고 명령하셨음이더라 (17:14b)"
후새는 다윗 일행이 기습 당하는 것을 막고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사독과 아비아달 두 제사장들과 연통하여 다윗 일행이 어서 강을 건너도록 일러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다윗과 함께 한 모든 백성들은 무사히 요단강을 건넜습니다.
아히도벨은 자기 계략이 시행되지 못하게 되자 너무나 절망한 나머지 고향으로 내려가 자기 집을 정리하고 목매어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지혜와 계략이 출중하고, 이로 인해 다윗이나 압살롬 모두에게 인정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자기중심적이고 진리가 없는 지혜였습니다. 성공가도, 부귀영화와 권세의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는, 상황이 바뀌자 너무나 무력하고 편협하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습니다. 인생의 귀중한 테마들인 '실패', '좌절', '누군가로부터의 거절' 등의 그늘진 부분을 헤쳐나갈 지혜는 없었던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습니다. 그러나 용서와 회복을 원하시는 하나님 앞에, 다윗과 같이 겸손히 은혜를 구하는 자가 있고, 잘 나가면 자기 잘난 줄만 알고, 못 나가면 세상 다 끝장난 것처럼 구는 자가 있습니다. 아히도벨에게는 하나님을 사랑함이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잔인하고 간교한 계략으로 부자지간의 관계성을 완전히 파괴하고,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 다윗을 해하려 하였습니다. 압살롬 역시, 싸움을 피하려는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 채 자고하고 교만하였습니다. 결국 이 두 사람은 하나님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진실을 모른 채 죽는 것, 자기 세계, 자기 아는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죽는 것, 그것은 죄인의 죽음에서 가장 비참한 측면일 것입니다. 우리는 사울, 아히도벨, 압살롬, 가룟 유다와 같은 성경의 인물들을 반면교사 삼아, 실패의 자리에서 죄를 시인하고, 상하고 통회하는 심령을 멸시치 않으시는 하나님의 긍휼, 그 은혜의 세계를 알아가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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