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이 죽은 후, 다윗이 아말렉을 무찌르고 돌아와 시글락에 머문 지 사흘째, 어떤 사람이 사울의 진영에서 나아와 전쟁 소식을 알렸습니다. 특히 사울과 그 아들 요나단도 죽었다는 말을 듣자 다윗은 어떻게 아느냐며 자세히 물었습니다. 청년의 진술에 따르면 자신은 아말렉 사람이며, 우연히 길보아 산에서 사울 일행을 만났는데, 사울왕이 자기를 불러 자기를 죽여달라고, 고통이 어서 멈추게 해 달라고 청했다는 것입니다.
“그가 엎드러진 후에는 살 수 없는 줄을 내가 알고 그의 곁에 서서 죽이고 그의 머리에 있는 왕관과 팔에 있는 고리를 벗겨서 내 주께로 가져왔나이다 (사무엘하 1:10)”
이 젊은이는 아마도 우연히 사울왕과 그 무기 든 부하의 대화와 최후 상황을 목격한 것 같습니다.그리고 십 년 이상을 사울에게 쫓겨다니며 괴롭힘을 당한 차기 왕 다윗이 사울의 죽음을 기뻐할 것이라 여기고, 상이라도 받을 요량으로 자신이 죽였다고 꾸며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보를 들은 다윗의 반응은 그의 기대와 완전히 달랐습니다.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전해 들은 다윗은 자기 옷을 잡아 찢으며 극한의 슬픔을 표현하였습니다. 이에 곁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옷을 찢으며 슬퍼하였습니다.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과 여호와의 백성과 이스라엘 족속이 칼에 죽음으로 말미암아 저녁 때까지 슬퍼하며 울며 금식하니라 (1:12)”
다윗은 아말렉 청년에게 피값을 물어 그를 처형시켰습니다. 어찌하여 감히 손을 들어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죽였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네 피가 네 머리로 돌아갈지어다 네 입이 네게 대하여 증언하기를 내가 여호와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죽였노라 함이니라 (1:16)”
이 기회주의적인 젊은이는 정치적 형세를 읽고 흐름을 타 뭔가를 얻어보고자 꾀를 부린다는 것이, 자신이 하지도 않은 짓 때문에 죽음을 당케 된 것입니다. 다윗은 더 나아가 애도의 노래를 지어 부르고 유다 족속에게 가르치게 하며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을 기렸습니다. 그는 원수처럼 여길 수도 있는 사울을, 이스라엘의 영광이요, 용맹한 용사로 기렸습니다.
“이스라엘아 네 영광이 산 위에서 죽임을 당하였도다 오호라 두 용사가 엎드러졌도다 …
길보아 산들아 너희 위에 이슬과 비가 내리지 아니하며 제물 낼 밭도 없을지어다 거기서 두 용사의 방패가 버린 바 됨이니라 곧 사울의 방패가 기름 부음을 받지 아니함 같이 됨이로다
사울과 요나단이 생전에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자이러니 죽을 때에도 서로 떠나지 아니하였도다 그들은 독수리보다 빠르고 사자보다 강하였도다 (1:19, 21,23)"
정적이 없어지고, 생명을 위협하던 자가 없어진 상황, 정치적 목적에서라면 적당히 애도하는 척 하면 될 것이지만, 다윗은 진심으로 사울을 높이고 존중하며 그의 장점과 업적만을 노래하였습니다. 그의 말할 수 없이 부끄러운 치부들을 마치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덮어주었습니다. 그의 마음을 요나단을 향해서는 더욱 애절하였습니다.
“내 형 요나단이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아름다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기이하여 여인의 사랑보다 더하였도다 (1:26)”
다윗이 어떻게 사울에 대해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었을까요. 그의 부끄러운 죽음에, 속으로라도 기뻐하지 않고, 애도를 표하고 그를 높이 기릴 수 있었을까요. 저는 솔직히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의 수준으로는 개인적으로 당한 일들도 뼈에 사무칠 것 같고, 십여 년의 세월도 아까울 것 같고, 또한 사울이 보여준 치졸한 모습들로 인해 도저히 그를 인정하거나 높여주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정말 비범했습니다. 그가 인간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배후에 역사하시며 선하신 뜻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윗의 눈, 다윗의 영적 통찰력,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높이고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초대 왕 사울과 그의 사후 왕위에 등극하는 다윗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신 앞에 서는 인간의 두 가지 유형을 보여주십니다. 사울은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결코 하나님 앞에 설 수 없지요. 끝까지 돌이키지도 않고, 그 삶의 열매 또한 좋지 못합니다. 반면에 다윗은 행위로는 똑같이 불완전하고 허물 투성이이지만, 회개와 믿음의 사람이요,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왕이 됩니다. 허물의 사하심을 받고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사랑을 깨닫는 회개와 믿음의 사람이 됩니다. 또한 그의 삶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목자 예수님의 모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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