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삼손은 블레셋 땅 가사에 가서 어느 기생 집에 들어갔다가 매복 포위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삼손은 밤중에 일어나 보란 듯이 블레셋 사람들을 무찌르고, 가사 성의 성문 문짝과 두 기둥을 빼어 어깨에 매고 유다의 중심지 헤브론으로 옮겨버렸습니다.
"삼손이 밤중까지 누웠다가 그 밤중에 일어나 성 문짝들과 두 설주와 빗장을 빼어 그것을 모두 어깨에 메고 헤브론 앞산 꼭대기로 가니라 (사사기 16:3)"
삼손의 무시무시한 괴력을 보여주는 이 짧은 대목은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주신 예언대로 대적의 성문을 차지하고 승리를 거두실 세상의 구원자 예수님의 모습을 그림처럼 보여줍니다. (창세기 22장 참조)
삼손은 소렉 골짜기에 사는 들릴라라 하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했다는 표현은 앞서 두 여인이게는 없던 표현입니다. 또한 이후 삼촌이 들릴라의 노골적인 술수 앞에 쩔쩔 매는 것을 보면, 들릴라를 정말로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때는 이 때다, 블레셋 사람들은 들릴라에게 큰 뇌물을 주면서 삼손의 초인적인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어떻게 하면 그를 결박할 수 있는지 알아보게 하였습니다. 힘의 비밀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들릴라에게 삼손은 마르지 않은 칡으로 묶으면 약해진다, 쓰지 않은 새 줄로 결박하면 된다, 또 머리털 일곱 가닥을 위선(베틀로 짜는 날실)에 섞어 짜면 된다 하며 거짓말로 둘러대었습니다. 그러면 들릴라는 자기를 희롱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하며 울고 보채었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내게 있지 아니하면서 당신이 어찌 나를 사랑한다 하느뇨 당신이 이 세 번 나를 희롱하고 당신의 큰 힘이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는 것을 말하지 아니하였도다 (사사기 16:15)”
들릴라는 삼손의 사랑을 악용하여 그를 죽인 묘책을 얻어내고자 했습니다. 날마다 이 말로 삼손을 조르고 재촉하자 불쌍한 삼손은 그 앞에서 마음이 약해졌습니다. 성경에 보면 그 마음이 번뇌하여 죽을 지경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삼손이 제 정신이면 생기지도 않을 상황입니다. 적군이 사방에 있고, 자신의 힘 근원이 드러나면 죽을 수 있는데, 사랑이 뭐라고 들릴라가 그 힘 근원을 알려달라고 조르는 상황을 허용하는지… 이렇게 자기 목숨 걸린 일에도 분별력 있게 ‘No!’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삼손이 들릴라에게 완전히 콩깍지가 쓰이고 푹 빠진 것 같습니다.
삼손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들릴라에게 비밀을 말해주었습니다. 그 머리털을 자르지 않는 것, 태어날 때부터 나실인이 되어 하나님께 헌신된 사람이라는 것, 만일 머리털을 밀며 힘이 약해져서 범인처럼 된다는 것을 실토하고 말았습니다. 삼손은 진심을 토해냈건만, 무정한 여인 들릴라는 블레셋 사람들을 몰래 부르고, 삼손이 자는 사이 머리털 일곱 가닥을 밀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삼손은 힘을 잃고 말았습니다.
“삼손이 잠을 깨며 이르기를 내가 전과 같이 나가서 몸을 떨치리라 하여도 여호와께서 이미 자기를 떠나신 줄을 깨닫지 못하였더라 (16:20)”
삼손은 결국 블레셋 사람들에게 잡히고 말았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그간의 원수를 갚느라 삼손의 눈을 빼고 옥에 가두고 맷돌을 돌리는 노역을 시켰습니다. 후에 블레셋 사람들은 원수 삼손을 잡게 해준 자기들의 우상 다곤에게 큰 제사를 준비하고 파티를 벌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머리털이 다시 자라는 것도 모르고 삼손을 불러내어 공개적으로 웃음거리를 삼고자 하였습니다. 삼손은 눈은 멀었지만 그 집을 버틴 기둥 사이에 서서, 마지막으로 이렇게 간구했습니다.
“삼손이 여호와께 부르짖어 가로되 주 여호와여 구하옵나니 나를 생각하옵소서 하나님이여 구하옵나니 이번만 나로 강하게 하사 블레셋 사람이 나의 두 눈을 뺀 원수를 단번에 갚게 하옵소서 (16:28)”
그리고 온 힘을 다 해 기둥을 당겨 집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는 그 집에 있던 블레셋 사람들과 함께 죽으며 원수를 갚았습니다. 그의 이십년 사사 생활은 그렇게 마감되었습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을 것처럼'이라는 인상적인 글귀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상처받아본 경험이 있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고 경계하게 됩니다. 상대방이 나의 사랑의 빛깔에 맞는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끝까지 사랑할 마음이 생깁니다.
물론, 그 줄다리기 동안에는, 늘 더 사랑하는 사람이 지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자기 진심을 알아주고, 같은 빛깔로, 진정성 있는 사랑을 보여주기까지 애끓으며 기다리고 참아야 합니다. 그러나 삼손의 순애보는 안타깝게도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부족한 것은, 삼손의 사랑을 사랑 답게 받아줄 그 누군가였습니다. 들릴라는 돈이 좋아서, 자기 생명을 담보로 들릴라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삼손을 배신했습니다. 삼손이 바른 사랑의 대상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당신에게는, 온 마음 다해 사랑해도 아픈 배신으로 돌아오지 않을 그런 사랑의 대상이 있나요?
저는 오늘 삼손의 모습에 이상하게도 하나님의 마음이 겹쳐보입니다. 하나님은 말할 수 없이 큰 힘과 권력을 가지신 분이십니다. 삼손이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들릴라 때문에 쩔쩔 매고 괴로워했듯이, 하나님도 사랑 때문에, 우리를 더 많이 사랑하셔서, 우리와 평생을 씨름하시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말이 통하지 않고 원하는 것이 다른 우리를 향해 삼손처럼 고뇌하고 번민하고 쩔쩔 매시는 하나님의 모습이 발견됩니다. 그러다가는 급기야, 진심을 토해내고, 생명이 걸린 비밀을 토로하고, 그 사랑을 증명해보이고 맙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8)"
오직 한 사람, 들릴라에게는 그 진심이 보이지 않았겠지요. 들릴라는 팔자를 고칠 만한 돈에 꽃혀있으니... 삼손의 들릴라는 돈을 사랑해서 그 사랑을 배반했지만, 우리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하고 하나님 품에 안겨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대상, 아무리 사랑해도 지나치지 않고, 우리에게 복이 되고 우리의 진정한 기쁨이 되시는 하나님이심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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