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멜렉 후에는 잇사갈 지파 출신 돌라가 일어나 이스라엘을 구원하였습니다. 그가 23년 만에 죽은 후에는 길르앗 출신 야일이 22년 동안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었습니다. 그의 사후엔 이스라엘 자손들이 다시 여호와의 목전에 악을 행하여 바알과 아스다롯 등 여러 우상을 섬기고 여호와를 버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블레셋, 암몬 족속을 일으켜 치시자 이스라엘은 18년 동안 학대를 당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곤고함이 심해지자 여호와께 부르짖었습니다.
“우리가 우리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들을 섬김으로 주께 범죄하였나이다 (사사기 10:10)”
하나님은 반복해서 죄를 짓고 급할 때만 하나님을 찾는 그들에게, 이방의 압제에서 구해주어도 하나님을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는 그들의 어리석음을 지적하셨습니다.
“…너희를 압제할 때에 너희가 내게 부르짖으므로 내가 너희를 그들의 손에서 구원하였거늘 너희가 나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니 그러므로 내가 다시는 너희를 구원치 아니하리라 가서 너희가 택한 신들에게 부르짖어서 환난 때에 그들로 너희를 구원하게 하라 (10:12~14)”
이스라엘 백성들은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님 원하시는 대로 벌을 주시더라도, 일단 오늘은 건져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회개의 표현으로 스스로 이방 신들을 제하고 여호와를 섬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의 곤고를 인하여 마음에 근심하시니라 (10:16b)”
구해주면 금새 또 타락하고 배반할 것이 뻔히 보입니다. 그러나 당장은 하나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SOS를 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그들의 모습을 보실 때 근심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죄를 짓고 고통당하는 것을 보기도 괴롭고, 또 건져주면 죄로 치닫는 것을 보는 것도 괴롭고… 이스라엘은, 그리고 죄악된 인간은 이렇게 사랑하는 하나님 아버지께 괴로움을 드리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마침 암몬 족속이 길르앗에 쳐들어왔습니다. 길르앗 백성과 이스라엘 방백들은 누가 먼저 나가서 전쟁을 치를꼬~ 애타게 구원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마침, 독보적인 후보, 길르앗의 큰 용사 입다가 있었습니다. 그는 기생의 아들로, 서자라서 다른 아들들에게 쫓겨나 잡류들의 리더가 되어 있었습니다. 길르앗 장로들은 입다에게 찾아가 장관으로 초빙했습니다. 입다는 평소에는 출신성분에 대한 꼬리표가 붙어 멸시와 천대를 받았지만, 위기의 때가 되지 진가를 발휘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거절하는 입다에게 길르앗 우두머리가 되게 해주겠다면 삼고초려 하였습니다.
입다는 신명기 말씀대로 유혈 전쟁으로 치닫기 전, 먼저 암몬 왕에게 사자를 보내어 침략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암몬은 이스라엘이 출애굽 당시 아르논에서부터 얍복과 요단까지 자기들의 땅을 빼앗은 것을 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입다는 사자를 통해 당당하게 반론을 펼쳤습니다.
가나안 정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아모리 땅을 통과하려고 평화롭게 지나겠다고 요청했으나 도리어 반격을 당했고, 이를 물리치고 요단 동편을 차지하였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지역은 아모리 족속에게서 빼앗은 것이며 암몬 족속과 무관한 땅임을 밝혔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아모리 족속을 쫓아내시고 자기 백성 이스라엘에게 주신 것을 왜 암몬이 와서 넘보느냐고 하였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이 헤스본과 아로엘 향촌과 연안에 거한 지 300년이 지났는데 그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침략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톰슨 주석성경 참조)
“네 신 그모스가 네게 주어 얻게 한 땅을 네가 얻지 않겠느냐 우리 하나님 여호와께서 우리 앞에서 어떤 사람이든지 쫓아내시면 그 땅을 우리가 얻으리라 (사사기 11:24)”
“내가 네게 죄를 짓지 아니하였거늘 네가 나를 쳐서 내게 악을 행하고자 하는도다 원컨대 심판하시는 여호와는 오늘날 이스라엘 자손과 암몬 자손의 사이에 판결하시옵소서 (11:27)”
암몬 자손은 입다의 논리를 묵살하고 전쟁을 감행하였습니다. 그러자 여호와의 신이 입다에게 임하셨습니다. 입다는 전쟁에 임하며 이상한 서원기도를 하였습니다. 암몬을 이기고 평안히 돌아오게 하시면 누구든지 자기 집 문에서 나와 맨 처음 자신을 환영해주는 사람을 여호와께 번제로 드리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감사하면 자기 목숨을 내어놓을 것이지, 이 무슨 망발일까요.
입다는 과연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고 평안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를 맨 처음 맞이한 것은 무남독녀 외동딸이었습니다. 그는 자기 옷을 찢으며 딸이 자신을 괴롭히고 참담케 한다고 부르짖었습니다. 자기가 섣부르게 서원해놓고 딸을 원망했습니다. 딸 말고 덜 사랑하고 덜 아끼는 누군가가 나왔다면 편안하고 기쁘게 번제로 드릴 수 있었을까요?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요.
입다는 훌륭한지 자기의가 있는 것인지, 그렇게 슬퍼하고 후회스러우면서도 서원을 지키겠다고 하였습니다. 그 아비에 그 딸이라고, 입다의 딸도 하나님께 한 사원을 번복하지 말라고 하며 자신을 헌신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동무들과 함께 산에 가서 젊은 날에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 두 달 동안 애곡하고 오겠다고 하였습니다. 딸은 서원대로 죽었고, 이스라엘 여자들은 해마다 입다의 딸을 위하여 나흘씩 애곡하였습니다.
입다의 서원에 대해, 또 정말 그 딸을 번제로 드렸을까, 아브라함이 이삭을 손대지 못하게 막으신 하나님께서 이 때는 침묵하셨을까,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입다의 행동을 통해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는 자들의 종교적 열심과 사고방식의 허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 충실한 사람, 역사에 대한 인식과 신앙이 있는 사람 입다가 무엇을 놓친 걸까요?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영적인 존재요, 딸이 아니라 그보다 더 가까운 누구라도,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자라도 그 생명을 소유하고자 전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더구나 인신제사는 하나님께서 극히 혐오하시는 범죄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취하여 하나님께 드릴 때, 하나님께서 그것을 감사의 표시로 받으시고 기뻐하실 것이라 생각했다니, 입다는 하나님을 잘 모르는 것입니다. 참 하나님이 아니라 비진리 안에서 우상을 섬기는 것은 정성이 아무리 하늘에 뻗쳐도 무수한 죄에 더 큰 죄를 더하는 것 뿐입니다. 사람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과하여 성령으로 거듭나고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깨달아야 합니다.
또한 입다는 암몬을 이기는 것이 자신을 위한 것이요, 이스라엘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랑하시고, 타민족의 압제를 받을 때 마음 아파하시고, 그래서 입다를 세우셔서 구원을 주고자 하시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신 것을 몰랐습니다. 입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이 전쟁의 승패는 자신에게 너무나 중요하고, 그래서 더 큰 힘을 지니신 하나님의 도움을 요청하며 빅딜에 걸맞는 반대급부로 그런 엄청난 서원을 한 것 같습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을 잃은 것은 그런 입다의 무지와 영적 교만의 결과였습니다.
말씀을 통해, 제가 하나님의 사랑을 모르고, 하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은혜를 모르고, 종교적 열심으로 헌신을 하고 뭔가를 드리려고 애썼던 무지와 교만을 돌아보게 됩니다. 진심은 진심이고, 무지는 무지입니다. 그 무지 안에서는 제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누리고, 더욱 신뢰하게 되고, 사랑을 드리는 선순환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런 헌신은 하나님께 필요가 없고, 기쁘게 받으실 수 없고, 오히려 악하게 보일 뿐입니다. 제가 우상과 거래하듯 하나님 앞에 무지의 오만을 떠는 일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겸손과 감사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모든 좋은 것으로 주고자 하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알아드리고 영광돌리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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