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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큐레이션

꽃들에게 희망을

by songofkorea 2018. 2. 1.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포올러스

"안녕! 세상아~, Hello, World!"

트리나 포올러스 여사의 '꽃들에게 희망을'의 첫 대사.

알 껍질을 깨고 나온 우리의 주인공 줄무늬 애벌레는 먹고 사는 것 외에도, 생의 진정한 의미와 목표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무언가를 찾고 찾다가 그가 만난 것은 수많은 애벌레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오르고 오르는 높은 탑.

기필코 저 높은 고지에 오르리라!

가장 소중한 존재, 노랑애벌레에게까지 아픈 상처를 줘 가며 천신만고 끝에 다다른 꼭대기에...

실상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탑은 애벌레들의 막연한 기대와 들끓는 욕망과 매정한 경쟁으로, 낙오자들의 시체 위에 올리고 올린 신기루였던 것...

아프디 아픈 환멸의 순간을 겪고서야 줄무늬 애벌레는 헛된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삶의 목표도 잃고 어깨에 힘이 빠져 있을 때... 

그가 모르던 세계, 나비들의 세상에 대해 듣고 말았다. 그리고 상상도 황송한 그 황홀한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잃을 것 없었던, 아니, 그대로의 삶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줄무늬 애벌레는 죽음과도 같은 터널로 들어선다. 실을 잣고 자신의 집을 꽁꽁 싸매며 누에고치를 빚을 때, 그는 한 땀 한 땀, 고백들을 뱉어내었다.

나는 나비, 나는 나비야. 

먼저 나비가 되어 증명을 보여준 그 나비의 증언을 믿어. 

눈을 감고, 깊은 잠을 자고 나면, 나도 훨훨 날아오를 거야.  

오래 묵은 나여, 안녕~
여기까지 찾아와 진정 되고싶은 나, 만나고 싶은 세상에 대한 기쁜 소식을 마주한 나, 참 잘했다. 수고했다.
새로운 세상에서 또 만나자~

 

노란 표지에 여유롭고 따뜻한 그림과 손글씨, 그리고 무엇보다 그 여백의 미에 끌리어 부담 없이 읽기 시작했던 그림책. 사실 나는 힘든 일이 있어 심히 우울했었고, 내 마음에 위로를 주고자 잡았던 책이었건만... 줄무늬 애벌레가 자꾸만 나를 불러 세우고 묻는 것 같다.

"어딜 그렇게 바쁘게 가세요?

잠시 걸음 멈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보세요."